나는 고등학생 때 책을 만든 경험이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직업탐구영역 상업경제 책이었는데,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고, 책을 만들면서 공부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였다.
우선 책을 만들기 위해 책의 구성을 열심히 생각했다. 나는 책의 구성을 수능특강과 똑같이 하지 않고, 단원 간의 유사성과 중요도를 고려하여 새로 구성하였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단원 구상 당시
Chapter 01. 상업활동
- 상업의 중요성
- 산업 구조, 경제 발전과 환경
- 매매 활동과 지급 수단
- 유통 관리
Chapter 02. 기업 활동
- 기업 역할과 분류
- 경영 관리
- 기업의 부문별 활동과 경영 혁신
- 마케팅
Chapter 03. 금융의 기능과 종류
- 금융 시장의 종류와 한국 은행
- 은행 업무와 보험 업무
- 증권 업무
- 국제 금융과 환율
Chapter 04. 무역 활동
- 물류 관리
- 무역의 이해
- 무역의 계약 조건
- 무역의 수출입 절차
- 세계 경제 환경
책의 구성을 정하고, 이후에는 단원 별로 중요한 기출을 선정하여 DB를 만들었다. 상업경제 기출 DB에 중요한 기출을 단원별로 분류하였다. 중요한 기출의 경우 내가 직접 모의고사를 여러번 푼 뒤에, 지속적으로 틀렸거나, 개념 상 응용하기 좋은 문제를 선별하였다.
이후 책의 디자인을 고려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당시, 대치 시대인재를 다니고 있었고, 박종민T의 수학 강의를 수강했다. 박종민T의 교재 중 내가 가장 좋아했던 교재 2개가 고수탑과 ReSight라는 교재였는데, 이 둘의 디자인을 차용하였다.
고수탑 수학 2 표지
고수탑 수학 2 내지
ReSight 미적분 표지
ReSight 미적분 내지
위의 두 교재의 디자인을 차용하여 피그마로 컴포넌트들을 제작하였다.
Figma로 만든 책 컴포넌트
이 과정에서는 현명이가 많이 도와주었다. 현명아 고맙다.
컴포넌트 완성 이후 단원 별로 개념 정리 및 문제 수록을 시작하였다.
Figma 작업 당시
갑작스럽겠지만 상업경제라는 과목에 대해 조금만 더 부연 설명을 해보자면, 나는 우선 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라는 특성화고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과학, 사회 탐구가 아닌 직업 탐구를 응시할 수 있었고, 나는 웹프로그래밍과였기 때문에 기본 커리큘럼 상으로는 공업일반이라는 과목을 보는게 평범했다.
하지만 나는 공업일반의 무작정 암기 방식 공부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동시에 나의 관심사였던 경제와 관련있는 상업경제 과목에 자연스레 눈이 갔다. 당시 상업경제의 경우 공업일반보다 공부량이 많지만 표점 방어가 쉬워 서울대학교 혹은 높은 표점을 원하는 친구들이 많이 선택했고, 나는 단지 경제가 좋아서 선택했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나와 같이 상업경제를 선택한 친구들이 과에 10명 정도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만드는 책에 관심이 있다는 친구들 6명을 불러 수정, 보완 의견을 들었다.
수정, 보완 의견 캡쳐
그리고 교재 파일 완성 이후, 제본 업체를 찾아보았고 나는 북토리라는 업체에서 제본을 진행했다. 실제 ReSight와 싱크로율을 높이고 싶어서 무선 제본으로 선택했고, 컬러로 제본하고 싶었지만 너무 큰 가격차이 때문에 흑백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ㅠㅠ 생각보다 제본의 과정은 오래걸렸다. 표지 수정, 내지 수정, 흑백 선택, 타입 선택 등 북토리 직원과 정말 많이 소통해야했고, 고3이 하기에는 조금 버거웠다.
그리고 마침내 여름 방학에 책을 받을 수 있었다.
배송온 책
배송온 책
실제로 책을 통해 공부도 했다.
공부 당시
확실히 내가 만들어서 그런지 내가 공부하기에 너무 좋았고, 수능 직전 박종민T에게도 이 책을 선물했다.
박종민T와 한컷
좋은 가르침과 좋은 반응 보여주신 쫑느T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그래서 모두가 궁금할 내용인 수능은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해보자면,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평가원이 이전까지 출제했던 경향, 예상되던 경향과 달리 매우 쉬운 난이도로 출제되어 원점수 50점도 백분위가 97에 그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여기서 심지어 나는 가장 쉬운 6번 문제를 틀려 48점으로 백분위 91을 받게되었다.. 가장 쉬운 개념 문제 하나로 백분위가 6이나 낮아졌다. 😭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교재를 만들어본다는 경험은 매우 값진 경험인 것 같다. 특히 내가 관심이 있던 경제, 금융 분야였기 때문에 지치지 않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다.